오늘은 20대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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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마지막날 우울해서 옛날에 썼던 글들 보다가 와고에 정확히 10년 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읽게 됐다..

10대의 마지막 날이라고..

 

 

https://www.ygosu.com/community/?bid=yeobgi2011&idx=414521

10대 마지막.png

 

 

이거 읽다가 혼자 우울해져서 술마시며 메모장에 주저리대다가.. 

이 우울한 마음을 아무나라도 들어줬으면 해서 연상게에 올려놓고 갑니당..

존나 길어서 어차피 아무도 안읽겠지만 그냥 그렇다구..

 

 

 

매년 우울하고, 그저 막막하기만 하던 12월 31일.

오늘은 그 평소의 12월 31일보다 더더욱 우울한 그런 12월의 마지막 날.

10년 전 오늘, 글을 하나 썼었다.

허무하게 보낸 나의 십대에 대해서

마치 세상이라도 끝나는 것처럼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나의 모습에 대해서

이십대가 된 뒤에야 떠오른 그 일들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

 

내 걱정과는 달리 십대에 대한 아쉬움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절 공부를 하지 않아 나의 소중한 이십대를 수험생활에 낭비해야 했다는 것에 불만이 있었던 것이 십대에 대한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오늘은 그때처럼 무언가 떠오르진 않는다. 감성에 젖은 글같은 것을 쓰고싶지도 않다.

어제는 수요일이었고, 오늘은 목요일이고, 내일은 금요일이다.

오늘이 지나면 언제나 찾아오는 그 금요일이 또다시 찾아올테지.

언제나 있는, 그런 평범한 나날들이 언제나처럼 그냥 반복되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자꾸만 내일이면 서른이 된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정말 어른처럼 느껴지는 나이’라고 생각했던 그 서른이 된다.

그런데 난 아직 10대에 멈춰있는 것만 같은데.

지금도 그때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그저 시간이 조금 흘렀을 뿐인데.

내가 왜 서른이 되는 것일까.

20대의 내 모습은 후회의 연속이었다.

허무하게 보낸 시간에 대한 벌로써 나는 친구들이 행복한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 산 속의 할머니댁에 쳐박혀 억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참고서들을 펼쳐놓고 머릿 속으론 캠퍼스생활의 낭만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 날들의 반복이었다. 현실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여자를 만나는 친구들의 모습을 따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난 머릿 속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여자를 만났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하루 12시간 넘도록 자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나의 20대의 첫장을 기록한 재수생이란 타이틀.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는 삼수생이란 타이틀.

후회, 죄책감, 부러움, 조급함, 분노, 슬픔 등등 수많은 감정이 오고갔다.

난 또 이렇게 뒤쳐지는구나. 그리고 내 이십대의 첫장이 이렇게 저무는구나.

달라질게 있었을까. 내 십대에 ‘노력’이라는 단어는 없었는데.

그렇게 나태하게 보내온 20년의 삶을 무슨 수로 그렇게 빨리 바꿀 수 있었을까.

그 해 역시 똑같은 12월의 마지막 날을 맞게 되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군대에서의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시작된 재수생활과 언제나 똑같이 반복됐던 그 마지막 날.

이미 친구들은 대학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 난 2010년의 12월31일로부터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었다. 

언제나 같은 반에서 공부하고, 같이 피시방에 가고, 같이 당구를 치고 노래를 불렀던 친구들인데 이젠 손 닿을 수도 없는 곳에 있었다. 5년이 지나도록, 난 그들이 이미 10대에 모두 끝냈던 것들의 출발선조차 넘어가지 못한 채로 그곳에 서 있었다.

그래, 그날은 그곳에 서 있었다.

발치 너머로 행복의 물결이 흐르는 그런 옥상에 서 있었다.

눈물에 반사된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눈동자 위에서 춤을 추는것만 같던

그래서 내 신세가 더더욱 초라하고 한심스럽게 느껴졌던 그 옥상에 서있었다.

당장 집세를 낼 돈도 없었고 아버지가 물려줄 것은 빚밖엔 없었다.

내 가정 환경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이젠 너무 잘 알게 되었다.

내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난 당장 집 밖으로 쫓겨난다고 해도 공부를 하지 않을 놈이란 것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자책하며 인생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난 그날 그곳에서 내 인생을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곳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쳐서 인생을 끝내지 않고

갑자기 마음을 바꿔 계단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왔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그저 하루종일 울었던 것밖에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어쨌거나, 난 마음을 바꿔먹었다. 어떻게든 그냥 일단은 살아보자고.

언젠간 정말 죽어야할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일단은 살아보자.

집에 쳐박혀있는 것과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겨우 하루를 이어가는 생활을 1년간 반복하다가 그런 생활도 지쳐갈 무렵, 아르바이트 구직을 위해 전화를 거는 것조차 지겨워 올려놓은 이력서를 보고 누군가 전화를 걸어왔다.

파견계약직? 아웃소싱? 가끔 뉴스나 기사같은 곳에서 본 단어들을 말하는데, 내겐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까운 단어들이었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나도 모르게 지원하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서류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에는 정장을 입고 오라고 한다. 정장? 그런거 입어본 적도 없는데?

통장에는 당장 다음달 월세 낼 만큼의 돈이 남아있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합격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왜 이런것에 돈을 써야하지?라는 의문을 가지고서도 난생 처음으로 정장과 구두라는 것을 사고, 굉장히 큰 건물의 커다란 면접장에서 13명의 면접자와 함께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들의 자기소개를 듣고있자니 내가 참 초라해진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건 나뿐이었다. 수많은 스펙을 쌓아온 그분들 옆에 앉아있자니 감히 이런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당장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면접관도 다른 면접자들에겐 많은 질문을 던지는데, 내겐 딱 한 가지만을 질문했을 뿐이었다. “여기서 집까지 몇분이나 걸려요?”

당연히 떨어지겠다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 노래방에 가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전화를 받았다. 당장 월요일부터 출근하면 된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가 합격했다고 한다. 혹시 사기나 다단계 같은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을 지경이었다. 대체 내가 뭐가 좋다고 뽑아놨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면접을 진행했던 팀장이 내 이력서 사진을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어서 면접때 실물로 보고 바로 확정을 지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 운이 좋았던 그날 이후로는,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도저히 내가 들어가지 못할 것 같은 자리에 들어가 앉게되더니, 내가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던 성격 나쁜 여직원 두 명이 잇따라 퇴사를 했다. 

여자와는 말도 못붙이던 내게 나역시 평소 마음을 두고 있던 여직원이 고백을 해서 사귀게 되었고, 퇴사를 2달 앞두고 계약직들의 정규직 전환시험을 보게 해줘 합격하는 일까지 생겼다.

무슨 일이었을까.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출발선에 멈춰서서 쩔쩔매고 있는 내 모습에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어떤 존재가 측은함을 느끼고 밀어준 것이었을까.

그렇게 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또다시 그때의 친구들과 같은 선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 불가사의한 행운들로 어찌저찌. 내 반쪽짜리 20대는 다양한 경험을 남기고 그 마지막날까지 별탈 없이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허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내 이십대 역시 십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고, 내 노력으로 그 무엇하나 이뤄내지 못했다.

10대는 나에게 바람의나라와 스타크래프트라는 추억만을 남겼고

20대는 나에게 시골에서의 수험생활과 롤이라는 추억만을 남겼을 뿐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난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떠나보내는 10대를 아쉬워하면서도

찾아오는 20대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만일 2010년의 마지막날, 10대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는 마법같은 일이 생겼다고 해도

난 똑같은 10대를 보내고선 마지막날 같은 일기를 적었을 것이다.

오늘이라고 별반 다를까.

후회를 할 필요는 없다.

30대의 마지막 날도 똑같을테니까 

만일 20대에 찾아왔던 그 행운들이 30대에는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날은 더 큰 후회를 해야할테니까, 그때를 위해서 후회를 아껴둘 필요가 있다.

그저 이렇게 태어난 사람일 뿐이었다.

노력이라고는 쥐뿔만큼도 하기 싫어하며

언제나 행운이 내게 찾아오길, 언제나 망상에 젖어있는

꿈과 현실의 애매한 경계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그렇게 애매한 존재감으로 떠났는지조차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그렇게 떠나갈 사람일 뿐이다.

오늘 그런 나와 같은 날일 뿐이다.

수요일과 금요일의 경계에 있는 이도저도 아닌 날일 뿐이다.

오늘은 20대의 마지막 날이 아닌 그저그런 목요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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