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2 21세기 한국의 불평등, 구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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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후기 올린 불평등의 세대에 이어서 이번에는 불평등에 관한 이 책의 후기를 써보려 한다. 불평등의 세대보다 훨씬 학술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기존에는 90년대 이후부터 1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 사회가 빈곤은 악화되었지만 불평등은 심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득분배 실태를 분석할 수 있는 다른 조사자료들(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이 등장하면서 그러한 의견은 무너졌다. 기존의 의견은 가계동향조사의 분석 결과 도출된 것이었는데 가계동향조사는 고소득자의 소득 비중이 실제보다 낮게 포착되었다는 사실이 새로운 조사자료들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새 조사자료에 기반해 지니계수(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 1에 가까울 수록 불평등하다.)를 추정한 결과 한국의 지니계수는 0.31에서 0.37로 높아졌다. 전자는 OECD 평균 수준인데 반해 후자는 남유럽 국가들보다 높고 미국에 근접한 수준이다. 즉 한국은 90년대 이후 빈곤뿐 아니라 불평등 역시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2.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현대 사회의 불평등은 자본이 그 주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자본소득의 비중이 전체 소득 불평등을 설명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 보기 힘들다. 이는 오랜 기간 자본이 축적되어온 서구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해방 후 일본인 적산의 불하, 한국전쟁으로 인한 대량 파괴, 농지개혁 등으로 자산의 소유 분포가 하향 평준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근로소득에 초점을 맞추어 불평등을 분석하였다.

3.

 

한국의 소득 분배에서 특징으로 자주 꼽히는 사실은 근로소득의 분배는 국제적인 기준에서 보아 평등한데 반해 가처분소득(소득 중 세금이나 의료보험료를 제외한 소득)의 분배는 매우 불평등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가구 단위에서의 근로소득 분배이기 때문이다.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에서의 근로소득 분배의 경우 지니계수는 0.64로 브라질, 아일랜드, 그리스 다음 수준으로 미국, 영국과 더불어 불평등도가 가장 높은 수준에 속했다.

4.
개인 단위에서의 근로소득 분배는 80년대 이후 90년대 전반까지 크게 개선되었다가 그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자영업자의 지위 하락, 고용여건 하락으로 비취업인구 증가 등이 근로소득 분배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정부와 대기업은 성장주의 논리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축소나 비정규 고용 제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희생시켰다. 특히 규제 완화 등 재벌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이 지속되면서 경제력 집중은 심화되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되었다.이런 근로소득분배 악화는 자연히 가구 근로소득 분배와 노인의 소득분배 악화로 연결되었다.

5.
이와 같은 개인 단위에서의 근로소득 분배가 악화일로였음에도 불구하고 가구 단위에서의 근로소득 분배가 양호한 까닭은 가구구성효과(household formation effect)이다. 가구구성효과는 근로소득을 버는 능력이 약한 개인들이 가족의 구성원이 됨으로써 두 가지 혜택을 본다고 설명한다. 첫째로 소득능력이 큰 가족 구성원이 벌어온 소득에 접근해 실제 소득자 이외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가구소득을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다. 둘째로 소비에서의 규모경제 효과(대량으로 사면 훨씬 효율적인 소비를 한다는 것. 자취하는 사람들은 다 알 것.)로 혜택을 본다.

특히나 한국의 경우에는 한부모가구의 비중이 서구에 비해 훨씬 적고 저소득 가구주의 배우자 근로소득이 높은 수준이어서 가구 단위에서 합쳐진 근로소득 분배가 개인 단위 근로소득 분배보다 타 국가들보다 크게 개선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최근 들어서 부부가구의 비중은 줄어들고 성인 단독가구 등의 가구유형이 증가함으로써 약화되었다. 가구유형의 변화는 노인의 소득분배 악화에서 훨씬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에서 성인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의 비중이 급속히 줄어들고 독립가구를 이룬 노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노인의 소득분배는 매우 악화되었다.

 

6.
그렇다면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90년대 이후 전개된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복지체제의 노동배제적 보수체제로서의 성격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고 본다.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은 1990년 GDP의 2.7%에서 2016년 10.4%까지 상승했으나 21.5%의 OECD 평균이나 19.3%의 미국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렇기에 증세 전략으로의 전환을 통해 복지 정책의 확장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정책의 구체적 부문으로는 1) 노인빈곤의 해소와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구축, 2) 근로연령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확대, 3) 여성고용과 일/가족 양립 지원을 통한 소득격차 완화를 들고 있다.

이렇게 길게 쓰면 읽기 힘드니 극단적으로 요약하겠음…

1. 한국은 90년대 이후 빈곤과 불평등 모두 악화되었음. 한국의 경우는 서양과 달리 자본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의 비중이 큼.

2. 개인 단위에서의 근로소득 분배는 가구 단위에서의 근로소득 분배보다 훨씬 더 불평등함. 그건 당연한거지만 서구에 비하면 그 차이가 매우 큼. 왜 WHY? 한국은 가구유형이 서구에 비해 전통적인 부부가구의 비중이 높았고 저소득층의 배우자 근로소득이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가구유형이 점점 변하면서 가구 단위의 근로소득 분배도 악화되고 있음. 노인 가구들 역시 같은 이유로 악화되고 있음.

3. 그럼 어찌합니까? 한국은 복지에 돈을 ㅈㄴ 안 씀. 증세를 통해 여러 분야에 걸쳐 복지 정책을 확대하자!

여기까지는 내용 요약이었고 읽고 난 뒤의 생각을 쓰자면 매우 건조한 책. 마지막 장에서도 정말 말 그대로의 마지막 페이지 들어서기 전까지는 딱히 저자의 주장이랄 게 없다. 얘기하는 구체적 정책 역시 다른 학자들의 연구 등을 통해 그것이 꼭 필요함을 합리적으로 설득시킨다.
그러나 증세를 하자는 저자의 주장에 다다랐을 때 어떤 식으로 증세를 해야하는지의 구체적인 문제는 없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결론만 도출하여 대략난감하다. 아니 증세해서 복지 정책 확대하자는 건 좋은데 그 증세의 재원을 어디서 걷을 것인가? 한물간 사내보유금 뻘소리든 부유세든 그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게 없어서 많이 아쉽다.

가구구성효과를 얘기하는 파트에서는 장경섭의 내일의 종언이 생각났다. 장경섭은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기본질서를 가족자유주의로 이론화하면서 한국 사회가 정부가 맡아야 할 복지 등의 공적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내용은 빠져 있고 다른 나라와의 비교만을 얘기하고 있어 좀 실망했다. 조만간 장경섭의 책을 다시 읽고 독후감을 올려야 겠다.

책에 그래프나 표에서 핵심적으로 파악해야 할 지점을 문장으로 일일이 풀어내는 경우가 많아 그래프나 표 읽기가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좋을 것 같다.

평점 5점 만점의 3.8점
이유; 기존의 연구들을 반박한 좋은 연구서이자 학술서지만 재미는 없다. 딱히 저자만의 특색 있는 주장도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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