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보컵 결승 분석 4.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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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끝난 경기를 5번이나 우려먹을 줄은 몰랐음. 간만에 너무 재밌게 본 경기였고, 플레이 안에서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준비가 확연히 차이났기 때문에, 배구를 덕내나게 보는 나한테는 경기 이상의 즐거움을 줬음.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코보컵 결승은 마무리 하려고 하고, 앞으로 당분간은 와고형들이 댓글 달아준 소재를 줍줍해서 쉽고 맛깔나게 풀어보려고 함. 앞서 쓴 글도 링크 다니까 가서 관심좀. 

 

GS vs 흥국 결승 소감 : https://www.ygosu.com/community/?bid=volleyball&idx=741

코보컵 결승 분석 1. 레프트 : https://www.ygosu.com/community/?bid=volleyball&idx=743

 

코보컵 결승 분석 2. 전술 : https://www.ygosu.com/community/?bid=volleyball&idx=764

 

코보컵 결승 분석 3. 세터의 활용 : https://www.ygosu.com/community/?bid=volleyball&idx=770

 

오늘은 ‘그 외’라는 주제로 코보컵을 마무리 하려함. 이미 여러차례 언급한 내용일 수도 있고, 이건 정말 중요했는데 못다뤘다 싶은걸 정리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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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 상관없이 경기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잉 디그. 배구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플레이라고 생각)

 

앞서 나는 배구가 농구가 비슷하다고 했음. 축구의 피치와 야구의 필드에 비해 좁은 코트, 각 선수가 코트 위에서 커버할 수 있는 면적의 범위가 타 종목에 비해 광범위하다는 이유임. 하지만 농구와 다른 점은 1)철저하게 키와 팔길이 등 피지컬이 우선 2) 신체접촉이 거의 없음 3) 득점수가 정해져있어 공격이 수비보다 쉬움

정도로 생각함.나는 위 세가지가 배구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할 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함.

 

농구는 점프력, 슛 거리, 패싱 능력 등 스킬로도 자신의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한 사례를 무수히 봐왔으나, [ex) 앨런 아이버슨, 크리스 폴…] 배구는 얄짤없이 리베로행임. 그리고 그 단신의 기준도 여배는 170 중반, 남배는 190초반까지로, 같은 성별 농구에 비교하면 단신이라 불리지 않을 조건임.또한 신체접촉이 거의 없는 (되려 있으면 안되는) 종목답게 무리한 벌크업을 지양하며, 점프할 때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가면 안되기에 필요 이상의 증량이 없음. 그렇기에 배구는 오로지 키와 점프력으로만 승부해야하기 때문에 타고난 사이즈를 외면하기 어려움. 또한 1-4세트 25점, 5세트 15점이라는 점수가 정해져있는 탓에, 현대 배구는 더 쉬운 공격을 위해 수비력보다 공격력이 강한 선수를 우선함. (물론 13-14 시즌 항공과 러시앤캐시의 56-54 같은 대참사는 정말 특수한 경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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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세가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선수, 정지석)

 

위 세가지를 종합하면, 각 구단은 키가 크고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를 높은 순위에, 신체조건이 작은 선수는 공격력이 부족할 수 있기에 수비력을 보고 뽑는 성향으로 이어짐. 이처럼 거창한 서두를 언급한 이유는 결승에서 활약한 선수 중 위 세가지를 기준으로 한 선수를 언급하기 위해서임.

 

1. 러츠

 

러츠의 공식 프로필은 206cm 92kg. 웬만한 남배부 선수보다 우월한 사이즈를 자랑함. 스탠포드 대학시절과 프로 데뷔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얻은 훌륭한 라이트 선수고. 작년 19-20 V리그에 데뷔 시즌에도 정규리그 득점 2위, 공격 종합 2위, 후위 공격 1위, 블로킹 5위, 서브 7위를 달성함(출처 X무위키).

 

이렇게 보면 완벽한 공격수인 거 같은 러츠도 단점은 많음. 키에 비에 점프가 낮고 움직임이 둔함. 게다가 파워도 떨어져서 우리나라 몰빵배구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음. 무엇보다 둔한 움직음 작년 기름의 전술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작년 기름의 주전 센터는 한수지(182cm)와 김유리(182)였음. 문명화(189)는 기량미달과 부상으로 자주 출전하지 못했고. 그다지 높이가 높지 않은 센터진에 러츠의 합류는 블로킹 높이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옴. 이에 차감은 러츠를 상대블록을 가운데에서 막는 역할을 자주 부여함.

 

러츠는 라이트 공격수로 상대 공격을 수비했을 때 주공격을 담당해야함. 그런데 사이드도 아니고 네트 가운데에 위치한 러츠가 디그 이후 공격에서 라이트에 위치해 공을 때린다? 느린 러츠에겐 부담되는 전술이었음. 게다가 점프력과 파워가 낮은 러츠에게 디그 이후 빠른 상황에서의 공격은 어울리지 않았음. 덕분에 러츠는 훌륭한 외인이었음에도 인삼공사 팀의 공격을 책임진 디우프에게 베스트7을 넘겨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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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츠에게 부여된 역할 중 하나, 사이드 블록) 

 

이번 결승에서 러츠가 눈에 띈 점은 사이드블록&디그임. 러츠의 움직임을 필요 이상 요구하지 않은 채 일정 범위 내에서 공격, 블로킹, 수비를 지시한 차감의 전술은 러츠에게는 최선의 결과를, 흥국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음. (앞선 글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생략.)

루시아를 간략하게 얘기하면, 루시아는 잘했음. 러츠와 비슷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고, 디그 등 수비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줬음. 오히려 흥국에서는 루시아 없었으면 접전까지 가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다만 그렇게 컨디션이 좋았던 루시아를 자주 사용하지 못한 이다영의 선택이 아쉬울 뿐. 모든 건 결과론이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물음표가 지어질 수 밖에 없음.

 

2. 한수진

 

러츠가 위 세가지 요소에 잘 맞는 선수라면, 한수진은 완전 반대의 선수임. 165cm는 세터라고 해도 너무 작은 키임. 그냥 작은게 아니라 너무 작음. 게다가 세터의 기본기인 토스부터, 고등학교 때 멀티포지션을 담당했다는 수비력 역시 모든 분야에서 평균 이하였음. 그런데 차감은 한수진을 선발했고, 그것도 1라운드 1픽이라는 희대의 뻘픽을 남발했음. 그 때 1라운드 5픽으로 흥국이 뽑은 선수가 당년 신인왕 김채연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알바끝나고 열받았던 때가 기억남. (오히려 그 때 수련선수로 뽑았던 박민지가 더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고…)

 

드래프트도 모자라 차감은 한수진을 교체로 출전시킴. 여기서부터 차감의 명장병이 시작됐고. 토스도 안돼, 수비도 안돼, 심지어 블로킹은 절대 기대하면 안되는 선수를 한턴 쓰고 내보내는게 아니라 교체로 출전시켰음. 차감은 경험을 위해서라고 말하겠지만, 되려 선수가 성장할 시간을 주지 못하고, 경기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패착이었음. 덕분에 한수진은 차감의 수양딸이라는 오명을 앉은 채 트레이드 매물로도 평가받지 못하는 닭장 멤버로 자리잡는… 줄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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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회로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생각하는 한수진)

 

한수진의 신체능력에 맞는 포지션은 리베로임. 근데 리베로가 키작다고 다 되는 포지션이 절대 아님. 우선 리시브가 우선이고, 디그 능력도 출중해야 하며, 이 두가지를 위해 순발력 자체가 빨라야 함. 현대배구가 공격에 모든 걸 집중하기 위해 다양한 서브와 공격 기술이 늘었지만, 수비 기술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기에 한수진이 리베로에서 버티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 차감은 러츠와 마찬가지로 한수진에게 제한적인 역할을 지시함. 디그용 리베로.

 

리베로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교체가 자유롭기 때문에 각 팀에서 리시브 전담과 디그 전담 리베로의 더블 리베로 체제를 선호함. 그 중에서 주전 한다혜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한수진은 디그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음. 세터에게 정확한 전달을 위해 중요하게 여겨지는 리시브에 비해, 디그는 상대 공격을 땅에 떨구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디그가 중요하지 않은게 않음. 디그는 여배부 특성상 겁나 중요한 기술임) 차감은 한수진에게 상대 공격을 막는 디그 역할을 맡김. 그리고 이를 원할하게 하기 위해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전술을 활용함 (앞에 글 봤으면 알지?) 물론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한수진 역시 칭찬받아 마땅함. 이 또한 비시즌에 어느 정도의 훈련량을 소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요소임. 

 

3. 문명화

 

사실 문명화는 위 세가지에 부합하면서도 동시에 기량이 부족한 선수임. 타고난 피지컬은 좋지만 구력이 짧아 기본기 및 스킬이 부족함. (고1때 처음 배구를 시작해서 1년 유급하고 3년도 안되서 프로팀 입단했다니 어찌보면 배구천재임) 189cm라는 키는 어느 구단에서도 쉽게 찾기 어려운 신장이며, 특히 신장과 팔길이가 어느 포지션보다 중요한 센터에게 있어, 문명화는 축복받은 재능을 타고난 것임. 그래서 인삼공사는 1라운드 4순위라는 높은 순위로 문명화를 지명한거고. 프로 입단 이후 몇년 동안 문명화는 키큰 유망주를 벗어나지 못했음. 움직임이 둔했고 블로킹 타이밍이나 손 모양 등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러차례 발생했음. 잘하는 경기도 더러 있었지만 데뷔하자마자 팀 사정에 의해 주전을 차지한 이후 유희옥, 한수지 등과 몇년간 주전경쟁을 벌인 끝에 지금의 기름으로 트레이드 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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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높이가 기름이 원했던 블로킹임)

 

트레이드가 되어서도 문명화는 인삼보다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음. 김유리와 함께 주전 센터로 자리한 문명화는, 특히 높이가 낮은 기름에게 블로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됌. 지난 시즌 피로골절로 인한 장기 부상을 겪었으나, 코보컵에 와서는 기름이 문명화에게 기대한 플레이를 잘 보여줬음. 지난 시즌 러츠를 중앙 블로킹으로 배치하려 했던 이유도 문명화의 부재임을 생각한다면, 문명화의 복귀는 러츠와 본인, 팀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로 이어짐. 여자부 특성상 유효블록만 나와도 후속 플레이가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문명화의 피지컬은 그 가능성을 높여줬음. 덕분에 기름의 플레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며 3:0 셧아웃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냄.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와고인들의 다양한 취미생활과 내 귀찮음을 모두 고려하여 코보컵 결승은 여기서 마무리하려 함. 결승을 앞두고 차감은 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음. 결국 사람이 하는 경기에서 변수는 사람에 의해 생길 것이고, 기름은 그 변수를 포착하여 승리를 거머쥐었음. 이번 결승은 앞으로 기름과 다른 팀에게도 큰 교훈으로 다가가 팀을 어떻게 꾸리고, 선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선수들도 자신이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함.

 

지루한 긴 글 여러번 올린거 추천과 댓글 달아준 많은 와고행님덜 너무 고맙고, 다음에는 이번보단 조금더 썰에 가까운 이야기를 쓰지 않을까 생각함. 난 이제 야짤 보러 갈꺼임. 즐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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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막짤은 쏘영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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