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2005년의 하루를 산 기분이다.

by master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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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png 오늘만큼은 2005년의 하루를 산 기분이다.

본인 레벨 77 전사

도감작 에미 친나는 오늘도 사슴굴 2-8채에서 잉여로운 사냥을 하던중에

저기 멀리서 나와 비슷한 병신짓을 하는 도적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이놈은 레벨 52짜리가 초록색남자도포를 입고 나와 똑같이 애자짓을 하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친근감이 들어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았다

“님 도감작 하세요?”

“네”

“도감작 왜하세요?”

“이런거 하는게 기본이에여;;”

난 이 인간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다못해 나와 똑같은것을 느꼈고 같이 도감작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부여성으로 가서 왕초보사냥터부터 곰굴까지 지리멸렬한 도감작의 여정을 이어갔다

하지만 귀신들이 저승길동무를 만드는것처럼 따분한 도감작도 동료가 하나 있으니 제법 재밌더구만

중간중간 서로 강화는 어케해나요? 일케하심되여 레이드는 어케하는거? 글케하심되여 무기어디서얻음? 저도모름 등등 서로가 필요한 질문들을 해대며

레이드도 함께 돌고 어느새 우리는 50제 레이드 장비로 떡칠하며 성장했다

그렇게 서로의 레벨이 어느덧 중반에 들어서고 우리는 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왜냐면 둘다 퀘스트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1때받은 다깨진 무기로 사냥을 하고있었기 때문이다

“님 옛날에 흑해골가면 해골무기줬는데 가실래여?”

“오 좋죠”

하지만 흑해골굴 가자마자 둘다 사망했다

아무리 전사라도 1때받은 무기로 연명할순 없었기 때문이다

최종대안은 유령굴이였다

여기서 우리는 야월도를 먹고 현철중검을 얻고 서로 강화도 6강까지 진행하며 이거진짜재밌는데? 파밍한번더갈래여?

“이번엔 파란무기 먹으로요”

처음엔 양왕굴6을 가보았다

전사의 일격필살인 동귀어진을 처맞아도 뒤지지않는 양인간들앞에서 우리는 빌빌거리다가 타협하기로했다

고렙들이 사냥하는것을 같이 때려서 템이라도 주워먹자, 어짜피 우리 사냥하려고 온거아니니까

하지만 이짓을 1시간을 넘게 하니까 눈이빠질것같고 손이힘들고 무엇보다 흑월도도안이 나왔는데 고렙이 그냥 처먹었다는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검색을 하고 알아보아서 뱀왕굴8에가면 흑철중검과 흑월도를 준다는것을 알았다

하지만 2시간을 사냥했는데 흑월도는 뜨지않았고

철방패나 먹자며 그냥 흑령굴5, 흑해골굴로 돌아가 사냥을 계속했다

그리고 결국 철방패도 얻지 못한채 헤어졌다

글만 읽어보면 정말 지루한 개병신들의 파밍 실패한 하루 정도로 느껴지겠지만

나는 오늘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고, 눈동자가 또렷하고 허리가 곧추세워진다

2005년에 흑해골굴에서 파밍 실패후 시발 시발 거리며 해산하던 15년전의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주판학원과 컴퓨터학원에 시달리던 어린시절의 나가 되어

바로 고개만 돌리면 엎드린채로 졸고있던 이제는 세상에 없는 말티즈 루루가 있을것만 같고

방을 나가면 이제는 묘소에 계시는 할아버지가 부채질을 하며 바둑을 두고 계실것만 같고

블라인드를 열면 멀리보이는 놀이터에 애들이 줄넘기를 하고 뛰어다닐것만 같고

2000년대 초반 특유의 황토색 추억어린 세상이 여전히 내 옆에 존재할것만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gmrgmrgmr.png 오늘만큼은 2005년의 하루를 산 기분이다.

나는 오늘 2005년의 하루를 살았다

나에게 있어 오늘은 더 없이 소중한 잊혀져버린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주는 하루였다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ffair&no=200744&_rk=eYK&exception_mode=recommend&page=1

디시 바연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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