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 역대 신인왕을 평가해보자 4.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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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정아 https://www.ygosu.com/community/volleyball/791

 

2. 이소영 https://www.ygosu.com/community/volleyball/794

 

3. 고예림 https://www.ygosu.com/community/volleyball/806

고예림편을 쓰고 와고형들의 댓글을 많이 봤는데, 내가 쓰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을 똑같이 느끼는 거 같아. 억까를 싫어하고, 선수의 좋은 점을 보려고 하는 성향이 계속 묻어나는 걸 지우지 못한 거 같아. 어쨌든 시즌 전체를 보면 로테이션 레프트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건 분명해. 그러니까 너무 까진 말고 좋게 봐줬으면 좋겠어.

이번에는 2014-15시즌 신인왕 이재영을 다룰 차례야. 이재영은 지난 몇 번의 글에서 자주 언급했을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선수고, 플레이스타일만 보면 이소영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싶은 선수야. 데뷔때부터 흥국생명의 주공격수를 맞았고, 국가대표 승선부터 당시 김연경의 대각을 담당한 한송이를 밀어내고 주전 레프트가 되었을 정도로 어린 나이부터 완성된 기량을 보여줬어. 이미 국대 5년을 책임진 선수고, 앞으로 큰 부상만 없다면 10년은 더 책임질 선수일 거야.

이번 코보컵에서 준우승을 하며 이재영에게 실망한 형들도 더러 있겠지만, 단기 컵대회 한번으로 이재영의 기량을 의심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 그럼 이제부터 이재영을 간단히 다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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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19961015. 178cm, 64kg. 레프트. 2014-15 V리그 1라운드 1순위 흥국생명)

 

이재영은 프로 데뷔 이전 때부터 주목받던 선수인데,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고교 최강으로 자리 잡은 선명여고의 레전드 라인업의 일원이야. 고교무대를 쌍둥이 이다영과 함께 평정한 이재영은 유망주로 높은 기대를 받았고, 그 기대는 날개공격수가 부족했던 흥국생명의 1라운드 1순위 지명으로 이어져

 

이재영은 데뷔하자마자 흥국의 주전 레프트로 출전했고, 수비력도 갖춘 레프트로 성장시키겠다는 박미희 감독 (이하 박감)의 지론에 따라 리시브도 함께 받게 돼. 현대건설 전에서 24득점을 하는 등 준수한 신인을 넘어 경쟁력있는 레프트로 인정받게 된 이재영은, 3라운드 중반부터 부진에 빠지게 돼. 그 이유는 상대팀의 목적타 폭탄 때문이었는데, 14-15시즌은 문정원, 김주하 등으로 대표되는 각 팀의 서브 스페셜리스트들이 서브 교체만이 아니라,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드는 전술이 많아졌어. 그런 상황 속에서 흥국의 주전 리베로였던 김혜선은 리시브, 디그 모두 수준 이하의 기량을 선보였고, 덕분에 이재영은 팀의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까지 책임지게 되었어. 실제로 4라운드 도로공사전에서는 무득점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슬럼프가 심했나봐. 다행히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살아나며 5, 6라운드 경기당 평균 득점이 16점을 넘을 정도로 기량을 되찾았고, 이다영을 포함한 드랩 동기들의 버로우 속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로 신인왕을 수상해. (받지 못한 1표는 당시 인삼의 문명화에게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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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첫 해 이재영의 성적은 27경기, 104세트 출전. 374득점, 공격성공률 40.84%인데, 황연주김연경 이후 신인 데뷔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이고, 웬만한 레프트 공격수가 30경기 풀타임으로 뛰었을 때 기록하는 득점수야. (참고로 고예림의 한시즌 최다 득점은 319득점, 18-19시즌) 걸출한 신인을 넘어 주전 레프트의 공격력을 데뷔 시즌부터 보여준거지.

 

그 이후 이재영의 활약은 모두가 알게 돼. 2년차인 15-16시즌부터 19-20시즌까지 5년 연속 베스트7 레프트 수상, 16-17시즌 리그 MVP, 18-19시즌 리그,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돼. 특히 18-19시즌은 라운드 MVP까지 2회 수상하면서 이재영의 해로 만들어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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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에도 꾸준히 출전하면서 국대 차출도 많이 해. 본격적으로 이재영이 국대 주전으로 출전하게 된 2016 리우 올림픽부터 지금까지 김연경과 함께 대한민국의 왼쪽 날개를 담당하고 있지. 특히 쌍둥이 동생인 이다영의 기량이 올라 국대 주전 세터로 출전하면서 이재영의 공격력도 더 날카로워지는 거 같아.

 

보통은 선수의 리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재영만큼은 플레이 스타일이나 그 외를 더 많이 이야기해볼게. 이재영의 플레이 스타일은 좋은 체공력을 활용한 공격력과 레프트 공격수로는 3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비력이야. 공격력을 먼저 살펴보면, 이재영의 공격 옵션은 매우 다양해. 오픈, 퀵오픈, 백어택, 파이프, 쳐내기, 연타 등 단신 선수들에게 필요한 테크닉과 장신 선수들이 보여주는 높은 공격을 모두 보여줘. 이건 이재영의 체공력과 탄성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야. 여기에 염차이조의 멤버인 조송화의 볼을 오래 받은 탓에 공을 때리는 미팅감도 매우 좋은 편이야. 소위 똥볼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을 하지. 게다가 몸놀림도 빨라서 도움닫기부터 점프, 팔스윙까지 공격 전반이 매우 빨라서 블로킹을 뚫거나 터치 아웃시키는 데에도 매우 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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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수비는 리베로를 커버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리시브, 디그 모두 출중한 모습을 보여줘. 이재영의 공격이 지적받은 시즌은 더러 있어도, 수비를 지적받은 시즌은 거의 보기 드물었으니까. 이 점도 동포지션 경쟁자들에 비해 돋보이는데, 수비 면제를 받는 박정아와 소속팀에서 리베로 문제가 일어난 적이 없는 이소영강소휘에 비해 (기름의 리베로 라인은 남지연나현정한다혜로 이어지는 레전드 라인임), 이재영은 김혜란이 오기 전까지 김혜선한지현이라는 문제적 리베로를 달고 수비를 진두지휘해. 오죽하면 공격력을 상실한 신연경이 리베로로까지 뛸 정도였으니, 이재영이 수비에서 가지는 부담감은 컸으리라고 생각해.

 

이재영의 공수 능력이 가장 두드러진 시즌은 17-18시즌인데, 그 해 이재영은 555득점 (득점 5, 국내 1), 공격시도 1,483(국내선수 역대 1), 리시브시도 1,052(역대 4)라는 역대급 혹사 시즌을 보여줬어. 물론 능력이 있으니 계속 출전하는 것이고 성적을 거둔 것이지만, 이 시즌은 이재영의 능력과 문제점을 모두 보여준 시즌이기도 해.

 

이재영의 단점은 크게 개인과 외부조건으로 나눠서 얘기할 게. 개인적인 단점은 역시 키야. 공격에서는 크게 티가 안나는 데, 블로킹에서 꽤 보일 때가 많아. 특히 사이드 블록을 할 때 상대의 직선공격을 막는 게 부족할 때가 있지. 물론 체공력이 좋다보니 블로킹 득점도 곧잘 하고,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적도 있기 때문에 부각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굳이 꼽자면 키가 작아서 블로킹이 상대적으로 약해. 그리고 서브가 약한 것도 좀 흠이야. 이건 주변환경에서 더 자세히 다룰 문제지만 체력 안배가 매우 중요한 이재영이기에 데뷔 초반의 스파이크 서브를 내려놓고 플로터 서브를 구사하고 있는데, 서브를 강하게 때리는 요즘 전술에서는 아쉬움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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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의 가장 큰 문제는 박감이야. 이재영의 플레이 스타일은 체력을 정말 많이 소비할 수 밖에 없어. 팀의 공수 모두를 1옵션으로 책임지고, 작은 키를 커버하기 위해 더 빨리, 더 높게 뛰어야 하며, 비시즌에는 국대 차출도 마다않는 선수이기에, 이재영은 정말 관리가 필요한 선수야. 김연경이나 황연주보다는 아니지만, 이재영도 부상과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이니 관리가 더 필요한 거고. 그런데 이재영은 딱히 백업도 없이 6년째 풀시즌을 치르고 있어.

 

이건 명백히 박감의 잘못이야. 뭣보다 감독 이전 해설자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몰빵배구와 선수 혹사에 대한 비판적인 해설을 날리던 박감이기에 더 큰 실망을 주는 거지. 이건 이재영에 대한 혹사와 육성 부족까지 함께 포함하는 문제기도 해. 거기에 조송화의 똥볼을 받아내던 탓에 미팅력은 좋아졌지만, 똥볼도 계속 쳐내면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 덕분에 이재영의 가장 큰 적은 상대팀이 아니라 소속팀이기도 했어. 그리고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게 이번 코보컵 결승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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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세트 우승이라는 허울 좋은 타이틀이 아니라, 한 경기 한세트 정도는 빼주고 휴식을 취해줬어도 문제가 없었을 텐데, 박감은 그걸 외면했고 그 여파가 터진 꼴이었지. 목적타 서브 대비 부족 역시 박감의 전술 부족을 보여주는 증거였고. 가끔 선수가 출전하고 싶어서 출전한 거니 혹사라고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수에게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못하고 팀 운영을 근시안적인 시선으로 하는 건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거라고 말하고 싶어.

 

종합해보면, 이재영은 데뷔하자마자 신인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고, 2년차부터는 국대 원탑 레프트로 자리매김하게 돼. 작은 신장을 제외하면 공수 모두 탑티어로 평가할 수 있지만, 선수를 보호하고 받쳐주지 못하는 팀에서 혹사당하고 있지. 아직 나이가 젊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은 더 활약할 선수이지만, 10년을 과연 팀에서 허락할 지는 미지수야. 여기까지가 이재영에 대한 내 평가야.

 

앞서 말했듯, 이재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탓에 분량조절의 어려움이 많았어. 덕분에 리그 얘기는 거의 생략하고 플레이 스타일만 논했는데, 결국 이재영 찬양으로 시작해서 박감 욕을 끝난 거 같아. 개인적으로도 오래 활약했으면 하는 선수이니 만큼 보호받는 선수생활했으면 좋겠어. 다음편은 신인왕 시리즈의 마지막, 15-16시즌 신인왕인 강소휘를 다뤄보려고 해. 쏘휘는 소영이와 함께 내 애정이 많은 선수고, 플레이 스타일도 아주 마음에 드는 선수라서 이재영만큼이나 분량조절이 어려울 거 같아. 와고형들 늘 추천과 댓글 부탁하고 추석 잘지내. 추석 지나고 강소휘 편으로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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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막짤은 쏘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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